[시론] 차량 인포테인먼트 사업의 위기

입력 2022-06-05 17:39   수정 2022-06-06 00:06

미래차를 논할 때 발전 방향을 어느 각도에서 보는가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마치 주행하는 로봇과 같이 보면 그것이 자율주행차인 것이고, 차량을 통신기기의 일환으로 보면 그것이 커넥티드카(connected vehicle)이며, 친환경 솔루션 관점에서 전동화를 제시하면 그것이 전기차 내지는 수소연료전기차인 것이다. 또 다른 예로는 차량의 변화를 스마트폰에 비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차량의 내부 인포테인먼트(IVI: in-vehicle infotainment) 사업이다.

2000년대 초반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 정보통신산업의 혁명적 변화를 촉발했으며 하나의 기기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변화로 대다수 소비자는 스마트폰에서 제공하는 사용자 경험에 기초한 인간-기계의 상호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졌다.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스마트폰의 빠른 변화를 수용하기엔 개발력과 구성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비교적 최근까지 자동차 제조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스마트폰 사업을 일군 정보기술(IT) 사업의 선두주자인 삼성, LG, 구글 내지는 애플에 의존하는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급성장하는 시장을 자동차 제조사가 순순히 IT 업체에 넘기기에는 중요도가 너무 컸다. 자동차가 점차 전동화하고 자율주행화하면서 자연히 운전자와 승객은 차량 내에서 소비하는 시간에 대한 부가가치를 생각하게 됐다. 이는 자연스레 엔터테인먼트(영화, 게임, 웹툰 등)와 정보 활용·공유(문자·메일, 인터넷, 유튜브 등)로 생각이 옮겨갔다. 이를 관장하는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콘텐츠는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 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동차업계는 본격적으로 자신이 구축한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자신만의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기에 이른다. IT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함이다. 예를 들면 현대차는 올해부터 출시하는 6세대 AVN(오디오 비디오 내비게이션) 시스템부터 독자 개발한 운영체제인 커넥티드카 운영체제 ccOS를 사용하고 있다. 독일의 폭스바겐(VW)과 미국의 GM도 독자 IVI 운영체제인 VW.OS 및 Ultifi를 공개했다. 자동차업계의 IVI 개발 내재화 전략은 그간 이 사업에서 재미를 본 IT 업체에는 몇 가지 위기 요소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자동차 제조사마다 서로 다른 운영체제를 가짐으로써 이에 기동력 있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각각에 대한 전문 개발 인력을 별도로 준비해야 하므로 고정비가 상승한다. 둘째, 자동차 업체의 소프트웨어 지배력이 강화돼 부품업체에 의존하던 개발비를 절감하는 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운영체제와 미들웨어는 독자 개발하고 응용프로그램 위주로 외주 업체를 활용할 것이다. 그나마 응용프로그램도 재활용률을 제고하면서 신규 개발은 최소화할 것이다. 개발 형태도 애자일 방식을 도입해 통제권을 강화하면서 심지어는 대부분 소프트웨어를 독자 개발하고 이를 단순히 제품화하는 움직임도 커질 것이다.

셋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가능한 한 분리 발주하고 이에 대한 통합 개발력은 내재화해 원가를 절감할 것이다. 특히 중요 하드웨어인 반도체 칩과 디스플레이에 대한 업체 선정권을 직접 행사해 단가 통제력을 대폭 강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IVI 구성의 중요 항목인 지도업체는 자동차 업체가 지역별로 직접 지정하는데, 이들 업체와의 유기적 소통과 튜닝은 복잡도가 계속 증가하는 반면에 개발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근본적 견해 차이로 애로가 지속될 것이다.

결국 IVI 사업에 대한 개발이 IT 업체의 전유물이던 시대가 지나가고 자동차 메이커가 개발의 핵심을 상당 부분 내재화하면서 구성품에 대한 업체 선정에도 보다 깊숙이 관여하는 구도가 정착되고 있다. 이런 IVI 사업의 일반상품화 경향은 앞으로 더욱 빠르게 진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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